수집광 개발자가 키보드를 덕질할 때

수집광

본인은 수집광이다. 크게 덕질하거나 엄청 열정적인 관심 분야가 많지 않지만, 뭔가 모아야 하고 수집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정말 모든 걸 다 모으기 위해 노력한다.

어렸을 때 부터 만화책을 참 많이 봐왔는데, 나와 동생의 수집 방식은 정말 달랐다. 동생은 그림이 좋거나 특히 좋아하는 책을 한 두 권 정도 구입하는 반면, 본인은 꼭 1권부터 산다. 그 시리즈의 끝까지 다 사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며, 다 못 모을거면 아예 사지 말자는 마음으로 쉽사리 만화책을 구매할 수는 없었다.

수집도 돈이 있어야 한다. 어렸을 때는 만화책을 살 돈이 없으니 못샀지만, 용돈으로 유희왕 카드 정도는 다 모을 수 있었다. 또 부모님을 졸라 당시의 탑블레이드 팽이들을 나오는 족족 구매하여 수집했었다. 그러다 스스로 돈을 처음 벌기 시작한 대학교 1학년 때, 본인은 하스스톤이라는 게임에 푹 빠져 과외로 번 돈 대부분을 투자해 모든 카드를 모았고, 지금도 확장팩이 나올 때마다 웬만한 건 다 모으려고 하고 있다.

하스스톤 현질

(하스스톤에 여태 이정도 썼다..ㅎㅎ)

최근까지는 나노블럭에 관심을 갖고 많이 모아놨으며, 물론 비싼 가격 탓에 완벽과는 거리가 멀지만 본인이 만족할 만큼 모았다고 여겨져 참 뿌듯하다.

키보드, 개발자, 덕질

그러던 중 이제는 키보드의 세계에 빠져버렸다. 본인은 자취하던 시절부터 쭉 개발 환경 세팅을 여러 번 바꿔왔고, 데스크탑 + 맥북 구조에서 맥북 + 모니터, 키보드와 모니터 케이블만 바꿔끼며 맥북 + 데스크탑 + 모니터의 구조를 번갈아가며 사용했었다.

이 구조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맥북 + 모니터는 기껏 사놓은 데스크탑을 쓰지 못하며, 케이블을 바꿔끼는 건 정말정말 귀찮다. 데스크탑 + 맥북 구조는 그나마 편하지만 맥북 프로 2017의 고질적인 키보드 문제로 점점 사용하기 불편해져왔다.

그러던 중 멀티 페어링 기능의 블루투스 키보드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키보드의 세계에 입문하였다. 그전까지는 추상적으로 기계식과 아닌 키보드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 얼추 어디서 키보드 얘기하면 낄 정도는 된 것 같다.

서론이 중구난방했지만 본 포스트에서 하고 싶은 말은 본인이 사용해온 키보드의 역사이다. 역사인 만큼 앞으로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금전만 허락한다면..)

아이온코리아 PLANTIUM KB-324

kb-324

제품 링크

처음 갖게 된 개인 키보드이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수료식 때 이벤트에 참여해 쪽팔림을 감수하며 얻어낸 키보드이다. 기계식 키감의 키보드라고 광고하는 이 키보드는 플런저 스위치 기반의 키보드이다. 플런저는 멤브레인 방식, 즉 컴퓨터 실에서 사용하던 그 키보드 방식의 응용버전으로, 기계식 키보드처럼 키감을 극대화시킨 방식의 스위치이다. 물론 실제 기계식 스위치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아무튼 이 키보드를 얻고 쓸 일이 없어 방치하다가, 데스크탑을 맞추고 처음 써보게 되었는데, 의외로 쓸 만 했다. 물론 기계식 키감 덕분에 ^^ 소리는 꽤 컸고, 키캡(키보드 버튼)이 전반적으로 너무 커서 조금은 불편했다. 또한 19키 동시 입력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본인 손이 문제인지 카트할 때 키 씹히는 현상이 많이 일어났었다. 개발용으로 쓰기에도 뭔가 아쉬운 느낌의 키감이랄까? 아무튼 공짜로 얻은 만큼 편하게 썼고, 꽤 뽕을 뽑은 가성비 괜찮은 키보드였다.

웨이코스 씽크웨이 CROAD C604 체리미엄 PBT 측각 한영 게이밍 키보드 (적축)

c604

제품 링크

그 전까지는 개발할 때는 주로 맥북만 써왔고, 맥북만 쓸 때 굳이 키보드를 연결할 필요가 없었어서 키보드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인턴으로 입사한 보이저엑스에서 입사 하자마자 개인 키보드를 10만원 이하로 장만하라는 (물론 퇴사 시 반납) 말에 부랴부랴 알아보다가 디자인도 그렇고 회사의 요구인 적축까지 맞는 모델인 웨이코스 CROAD C604를 찾아 구매하였다.

우선 구매 전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깔끔한 검은 색 디자인과 측각이었다. 심플함의 극에 달하는 블랙 원톤 디자인에, 각인이 키캡 위가 아닌 측면에 배치되어 있는 측각까지. 생긴게 정말 마음에 들었다.

도착을 하고 처음 썼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정통 체리 적축을 사용하고 있는 이 모델은 제대로 된 기계식 키보드를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내게 나름의 충격을 주었다. 스치기만 해도 입력이 되는 낮은 키압과, 피씨방에서 만나왔던 기계식 키보드와 달리 서걱서걱한 이 느낌은 적응하는데 꽤 시간을 쓰게 했다. 확실히 적축은 사무용 정도로 쓰기 좋은 제품인 것 같다.

코시 KB3139BT 멀티 페어링 블루투스 키보드

cosy

제품 링크

퇴사를 했고, 한동안 개발을 쉬었다. 그러다보니 맥북과 데스크탑을 동시에 사용하는 일이 줄었는데, 점점 늘어나는 과제에 이 개발환경을 한 번 더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큰맘 먹고 애플 매직 트랙패드 2를 구매했다. 맥북 스탠드와 함께 말이다.

이러다보니 키보드가 절실했고, 상식적으로도 내 책상에 키보드가 두 대나 되면 밥먹으면서 컴퓨터 보기 참 불편하겠다 싶었다. 이 와중에 멀티페어링 블루투스 키보드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멀티페어링 블루투스 키보드는 내가 원하던 조건 그 자체였다. 하나의 키보드로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동시에 여러 기기와 사용할 수 있었고, 맥북과 데스크탑 두 대와 사용하기 정말 최적이었다. 곧 다가오는 생일 선물로 여자친구에게 기계식 멀티페어링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달라고 말해두고(ㅎㅎ) 그 전까지 이 멀티페어링의 감동을 느끼고 싶어 최대한 싸고 괜찮은 제품을 찾아보았다.

로지텍 K380이 관련 제일 유명한 제품이었지만, 이상하게 디자인이 땡기지 않았고, 어차피 금방 쓰고 다른 키보드 쓸 건데 그냥 싸고 이쁜거 쓰자는 마음으로 코시의 제품을 골랐다. 이 제품은 우선 애플의 블루투스 키보드와 상당히 유사하게 생긴 디자인 컨셉으로, 내 책상과 참 어울리겠다 싶었다.

실제 사용해보니 우선 키보드 방식은 펜타그래프 방식으로, 그냥그냥 쓸 만 했다. 예전 맥북 프로 키보드 느낌보다 조금 더 멤브레인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블루투스 전환도 상당히 괜찮고 사용성이 정말 좋다. 물론 잠시 아무 것도 누르지 않고 있으면 연결이 끊기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격과 내 사용 목적을 생각하면 정말 괜찮은 키보드라고 생각한다.

COX CK87 레드/그레이 게이트론 갈축

ck87.jpg

제품 링크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로 4만원 대에 판매하고 있어 (너무) 고민 없이 질렀다.. 유선 키보드이기도 하고 큰 메리트가 없음에도 가격이 너무 착해서 일단 질러봤는데, 아마 어떻게든 처분되지 않을까 싶다ㅎㅎ..

우선 해당 키보드는 87키의 텐키리스 제품이다. 그동안 항상 풀배열 키보드만 쓰다가 텐키리스의 컴팩트함에 반해 꼭 사고 싶었는데, 텐키리스의 공간 효율은 분명한 장점이 있는 것 같다. 본인은 우측의 숫자배열이랑 엔터키를 꽤 자주 써서 적응이 좀 필요하긴 하지만, 분명히 텐키리스 제품은 그런 강점이 있다.

게이트론 축에 대해 궁금해서, 또 갈축에 대해서도 궁금해서 구매해봤는데, 축의 느낌 자체는 나쁘지 않다. 체리 축을 기준으로 말한다면 적축보다는 청축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게임용으로 쓰기 나쁘지 않은 키보드였다.

하지만 개인의 목적에 대해 생각한다면, 기기 두대를 동시에 사용해야한다는 요구 사항을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에, 메인 키보드로 활용되기엔 부족하여 해당 키보드는 장롱으로 들어갔다.. 혹 3만원에 해당 키보드를 사고 싶은 사람은 댓글을 달면 되겠다ㅎㅎ

웨이코스 씽크웨이 블루투스 턴 BK620

bk620.jpg

웨이코스 씽크웨이 블루투스 턴 BK620

croad_cat.jpg

웨이코스 씽크웨이 CROAD X58 PBT 염료승화냥 108키 키캡 (다크 그레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생일 선물이다! 너무 노래를 불러 미안했지만ㅎㅎ.. 기계식 + 블루투스 + 멀티페어링의 조건을 모두 맞춘 제품이다. 심지어 가격도 7만원 이하라 지금 나에게 딱인 제품일 것이라 생각하여 받고 기분이 참 좋았다.

해당 키보드는 오테뮤 적축이다. 키캡은 기본적으로 ABS이지만 아래의 PBT 염료 승화냥 키캡을 구매하여 전부 교체하였다.

키캡 교체 영상 키캡 교체 영상

우선 축과 키감에 대해서 먼저 말해보자면 오테뮤 적축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적축 특유의 서걱거림, 너무 잘 눌리는 것이 없었고 오히려 적축답지 않은 느낌의 묵직함과 클릭감이 있었다. 물론 키캡 교체 때문에 더 그럴 수 있지만, 생각보다는 무거운 느낌 덕분에 도리어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다.

블루투스 기능은 살짝 아쉬운 부분이라면 멀티페어링 기기 전환 시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앞서 사용해봤던 코시의 제품은 F1 ~ F4 키 하나만 누르고 13초 내로 전환이 되었는데, 본 제품은 Fn + F1 ~ F4 를 짧게(1초) 한 번, 길게(35초) 한 번 눌러야 전환이 된다. 키를 하나만 눌러도 되는 것이 아닌 두개를 눌러야 한다는 것, 그리고 탭이 아닌 꾹 누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비교적 불편한 부분이었다. Fn + F1 ~ F4를 F1 ~ F4로 매핑할 수 있는 방법만 찾는다면 분명 더 편해질 것이다.

그 외의 부분은 정말 만족스럽다. 우선 하우징의 완성도, 디자인의 완성도 및 알루미늄의 묵직함이 정말 기대 이상이었고, 제품을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고급스럽다. LED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있으며, 볼 때마다 만족감에 웃음이 지어지는 그런 제품이다.

(PS. 염료승화냥 키캡 또한 너무 커엽다..)

To Be Continue..

아직도 주시하고 있는 제품들이 많다. 돈이 없어 못 사고 있지만 추후 돈이 여유로워진다면 또 하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수집광 개발자가 키보드를 덕질할 때

https://taebbong.github.io/2019/11/22/2019-11-22-dev-keyboards-post/

Author

TaeBbong Kwon

Posted on

2019-11-22

Updated on

2023-01-02

Licensed under

Comments